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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야기

개암나무

by GaChon 2026. 2. 28.

오늘 숲길을 걷다 보니, 

아직 다른 나무들은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는데 

홀로 부지런히 꽃을 피운 개암나무를 만났습니다. 

화려한 복수초나 진달래처럼 눈길을 사로잡지는 않지만, 

이른 봄 숲의 한 귀퉁이를 묵묵히 지키며 제 역할을 다하는 모습이 참 기특해 보였습니다.

 

이 사진 속의 꽃은 개암나무의 수꽃입니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니 어릴 적 듣던 옛이야기가 떠오르더군요. 

혹부리 영감이 도깨비들을 만나 위태롭던 순간, 

낮에 주워둔 개암 열매를 '딱!' 하고 깨물자 그 소리에 놀란 도깨비들이 방망이까지 버려두고 

도망갔다는 그 친숙한 이야기 속의 주인공 말입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보다는, 

이 개암나무처럼 수수하면서도 오랜 인고의 시간을 견뎌낸 존재들에 더 마음이 머물게 됩니다. 

남들의 요란한 박수갈채나 스포트라이트가 없어도,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자연의 섭리를 배우게 됩니다.

 

저 또한 오늘 숲에서 마주한 저 식물들처럼, 

제가 선 위치에서 흔들림 없이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보았습니다. 

겉치레보다는 내실을 기하며, 언제나 현재에 충실한 구성원이 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아직은 산속에 찬 기운이 남아 있어 공기가 제법 차갑습니다. 

환절기에 각별히 건강 유의하시길 바라며, 

개암나무의 강인한 생명력처럼 활기찬 한 주 되시길 기원합니다.

 

제석산 숲속 벤치에서 정정채 올림

 

 

정정채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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