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꿀이라는 이름, 들어보셨나요?
아마 처음 듣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저도 대학교 때 교수님 따라 야외 조사 나갔다가 처음 만났는데,
이름이 어찌나 신박하던지 제 뇌리에 쏙 박혀 버렸답니다.
키는 고작 20cm 남짓이라 숨바꼭질하듯 찾아야 하지만,
햇볕 잘 드는 양지바른 곳이라면 어디든 등장하는 우리 주변의 깜찍한 식물이에요.
줄기와 잎 사이에서 앙증맞은 하얀 꽃을 피우는 모습은 또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답니다.
하지만 이 작고 귀여운 제비꿀에게도 반전 매력이 있으니,
바로 반기생 식물이라는 점! 자기 몸을 지탱할 굵은 뿌리는 가지고 있지만,
그 주변에서 나온 잔뿌리들이 다른 식물의 뿌리에 슬쩍 달라붙어 영양분을 야금야금 훔쳐 오죠.
그래도 광합성은 스스로 하니 숙주에게 큰 피해를 주지는 않는답니다.
마치 룸메이트에게 가끔 간식 얻어먹는 정도랄까요?

반면 우리 숲과 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새삼은 진정한 무임승차의 대가, 즉 완전 기생식물이에요.
이 친구는 아예 땅에 뿌리를 내리지 않고 숙주에 뿌리를 박아버린답니다.
심지어 광합성도 안 해요! 숙주에게 모든 영양분을 뜯어내며 완벽하게 한 몸이 되어 버리죠.
어느 정도냐면, 숙주가 꽃을 피울 때 활성화되는 '플로리겐'이라는 식물 호르몬이 새삼에게까지 전달되어 함께 꽃을 피울 정도라니, 이쯤 되면 거의 영혼의 동반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죠?

정정채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