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중순, 산 좀 탄다 하시는 분들은 발밑에서 뜻밖의 하트(❤)를 발견하실 겁니다.
바로 족도리풀의 넓적한 잎사귀죠! "웬 하트냐?" 싶겠지만,
이 친구, 잎맥이 어찌나 뚜렷한지 혈관처럼 힘차게 뻗어 있어 존재감 하나는 끝내줍니다.
"꽃은 어디에? 숨바꼭질의 달인!"
처음 족도리풀을 만나면 "에이, 잎만 무성하네" 하실 수 있어요.
하지만 잠깐! 속단은 금물입니다. 그 커다란 잎사귀를 살짝 들춰보세요.
마치 "나 여기 있지롱~" 하듯, 땅바닥에 바짝 엎드린 진보라색 꽃송이가 빼꼼 고개를 내밀 겁니다.
이 모습이 옛 여인들의 머리 장식 '족두리'를 쏙 빼닮았다 하여 '족도리풀'이라는 이름을 얻었답니다.
이름 한번 기가 막히게 지었죠?
"벌 나비는 NO! 나는 나만의 길을 간다!" - 족도리풀의 은밀한 사생활
보통 식물들은 "벌아~ 나비야~ 이리 와서 꿀 좀 먹고 가루 좀 묻혀가렴!" 하고
화려한 꽃을 활짝 피워 곤충들을 유혹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 족도리풀, 참으로 시크합니다.
꽃은 잎사귀 그늘에 꼭꼭 숨기고, 색깔마저 어두컴컴하니 눈에 띌 리가 없죠.
"아니, 그럼 대체 어떻게 연애(수분)를 한단 말인가?" 궁금증이 스멀스멀 피어오릅니다.
"개미야, 부탁해!" - 족도리풀의 비밀 병기
족도리풀의 은밀한 연애 비법은 바로 땅바닥의 해결사, 개미입니다!
화려한 공중전 대신 흙내음 나는 지상전을 택한 거죠.
개미들이 꽃 사이를 부지런히 오가며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사랑에 성공한 족도리풀은 씨앗에 단백질, 지방, 비타민이 듬뿍 담긴 젤리 같은 '엘라이오좀'이라는
특급 보너스를 붙여둡니다.
이건 개미들에겐 그야말로 '개꿀템'! 개미들은 이 맛있는 엘라이오좀을 얻기 위해
씨앗을 낑낑대며 집으로 옮기고, 그 과정에서 족도리풀은 자손을 더 넓은 세상으로 퍼뜨리는
윈-윈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죠.
참으로 영리하지 않나요?

정정재 박사